안녕하세요.
저는 스위스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두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년 여름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첫째 아이는 여름방학 기간 중 여러 차례 한국 초등학교에서 청강(체험등교)을 하며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한국 학교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수성구, 중구, 남구를 중심으로 약 20여개 넘는 초등학교에 문의한 결과 모두 청강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학교마다 학급 정원, 학교 운영 여건 등의 이유를 설명하였으며, 한 학기 정도의 정식 취학을 문의하였더니 외국학교 재학 중단 등 학적과 관련된 문제로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과밀학급, 안전관리, 교사의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하면 학교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점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운영 방식에서는 재외국민 자녀가 대한민국 학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외국민 자녀들이 방학이나 일정 기간 동안 국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제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청강은 학교장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어 지역과 학교에 따라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지고, 정식 취학은 학적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아이들은 자신의 나라 학교를 경험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제도 마련을 제안드립니다.
재외국민 자녀가 방학 기간이나 단기간 동안 국내 학교를 체험할 수 있는 공식 청강(체험등교) 제도를 마련해 주십시오.
학교별 재량에만 맡기지 말고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의 운영 지침을 마련하여 학교가 부담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십시오.
해외 학교의 학적은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국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재외국민 교류학생(교환학생) 제도’**를 신설해 주십시오.
2주, 1개월, 한 학기 등 다양한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생활과 문화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해 주십시오.
교육청별로 참여 가능한 지정학교를 운영하여 학부모가 수십 개 학교를 개별적으로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해 주십시오.
이러한 제도는 단순히 한 가정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는 많은 대한민국 국적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경험하며 대한민국과의 연결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재외국민 자녀들이 대한민국을 단순히 ‘방문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나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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