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고래고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고래, 돌고래를 포함한 모든 고래류의 포획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혼획된 고래를 유통, 판매하여 고래고기로 취식하는 상황을 제도적 테두리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기 위해 고래고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고래고시 중에서 제10조와 제12조는 혼획된 고래의 위판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 조항 때문에 시중에서 고래고기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해수부의 고래고시에 의해 혼획된 고래의 시중 유통과 판매가 허락되고 있음에 따라 높은 위탁판매가격을 노린 일부 어민들은 고래들이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고래가 걸리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경에 신고해 혼획으로 인정받는 식으로 혼획을 가장한 실질적인 '의도적 포획'을 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한 혼획 유통 고래고기로 포장하였으나 실은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가 시중에 유통되는 사례도 있어 커다란 문제입니다.
2024년 11월 10일 속초해경에 혼획을 신고한 어민이 해경이 처리확인서를 발급하기도 전에 미리 고래 사체를 훼손하여 피를 빼내는 식으로 하여 고래 사체 내부의 피가 산패되면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미리 없앰으로써 높은 위판가격에 고래를 판매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현행 고래고시에서 처리확인서 발급 이전에 고래 사체에 어민이 맘대로 손을 대거나 훼손해도 문제를 삼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히 고래고시의 문제점이라고 하겠으며,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 고래 포획이 계속 벌어지고 있음도 결국 고래고시가 죽은 고래의 시중 유통과 판매를 허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11월 17일 부산지방법원은 일본에서 고래고기 4톤을 밀수하다 적발된 50대 여성에 대해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1월 24일에는 부산해경이 수십차례에 걸쳐 일본에서 고래고기 4톤 가량을 밀반입한 40여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산해경에 적발된 이들은 일당 30만원을 받고 서너명씩 팀을 이뤄 일본에 갔다가 모두 24차례에 걸쳐 고래고기 4천 640킬로그램을 밀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에서 고래고기를 밀수하다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3년 2월에는 일본에서 고래고기를 어묵으로 속이고 우체국 EMS우편으로 들여오던 일당 6명이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밀수한 고래고기를 부산과 울산의 음식점 등에 팔아넘겨 5억 5천만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습니다. 왜 우리가 일본에서 고래고기를 밀수해서 먹는다는 부끄러운 소식을 들으면서 살아가야 합니까?
현재 한국이 혼획된 고래를 시중에 유통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제도적 허점 때문에 이런 사회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수부에서 고래고기 시중 유통을 금지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연한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 포획이나 일본 등지에서 고래고기에 대한 밀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불법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밀수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아예 한국 정부가 포획을 금지하고 있는 모든 고래류에 대해 위판과 시중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믿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래는 기후위기의 해결사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양생태계에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도록 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하도록 하기 때문에 고래는 국제사회에서도 포획과 유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고래 포획은 금지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 고래 사체 유통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고래를 잡지는 못하는데, 고래 식용은 가능하다는 이런 부조리한 모순이 존재하는 이유는 고래고시 제10조와 제12조가 고래 사체의 위판을 허락하기 때문입니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기후위기 시대에 멸종위기 국제보호종 해양동물까지 먹어치우지 않도록 해양수산부가 나서서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제10조와 제12조를 삭제하거나 수정하고, 이를 통해 고래 사체의 유통과 판매를 원천 차단하며, 동시에 고래고기 식당의 업종전환을 적극 유도해 한반도 해역의 고래류 보전을 위한 제도를 보완할 것을 청원합니다. 더 이상 일본에서 고래고기를 밀수하거나, 혼획된 고래사체를 먹는 부끄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청원합니다.
청원 처리결과 통지일자 : 2025. 03. 10.